인테리어를 마치고 이사한 지 약 1년이 지난 지금 아주아주 현실적인 내돈내쓴 인테리어 후기를 작성해본다.

일단 우리 집은 20살 된 구축 32평 2베이 아파트다. 직장이 판교에 있는 관계로 분당권이지만 비교적 아파트 가격이 저렴한 광주 오포 인근으로 집을 알아보다가 주변 대비 저렴한 시세로 주목하게 되었다. 잠실에서 빌라 전세로 살다가 만기가 되어 처음 이사 갈 집을 알아보게 된 시점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신축 빌라를 계약할 뻔도 했고, 깡통 전세 사기를 당할 뻔도 했고, 그 와중에 신혼 특공에 당첨되어서 싱글벙글하다가 당첨 조건을 잘못 파악한 걸 분양사무소 계약 현장에서 알게 되어 서류 반려당하고 1년 당첨 제한도 걸리는 등 아주 아주 매우 매우 다사다난했다. 그러다 지쳐서 결국 집을 사기로 결정했는데 와이프의 두 가지 요청사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첫째로 집이 넓을 것. 소예가 태어났기 때문에 넓은 집에서 여유롭게 지낼 수 있었으면 한다는 요청이었다. 둘째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구축일 경우 반드시 인테리어를 하고 들어갈 것. 이 두 가지를 고려하여 경제적 여유가 되는 한에서 가장 넓고 인테리어 하기에도 그나마 구조가 괜찮은 집을 찾았다. 여러 매물을 살펴보다 발견한 지금의 집은 일단 그 유명한 인테리어 쇼에서 절. 대.로. 구매하지 말라던 구축 2베이 구조였다. 다만 구축 특유의 거실 광폭 발코니를 확장하면 거실 겸 소예의 개인 운동장이 될 가능성이 보였고, 분당 인근 30평대 아파트 가격치고 꽤 저렴한 시세의 집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산세권이라 동네가 조용하고 공기가 맑다는 점도 최종 선택의 포인트였다.
각설하고, 인테리어 직전 주요 공간의 1년 전 모습을 대충 살펴보겠다.
주방과 거실




먼저 주방과 거실의 모습이다. 발코니가 넓어서 소파 뒤의 붙박이장을 제거하면서 발코니를 확장하면 거실이 매우 넓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주방과 거실의 공간 구분이 4베이 구조인 요즘 아파트처럼 통짜로 넓게 짜여 있지 않고 현관 쪽 작은 방에 의해 단절되어 있다. 따라서 주방이 다소 좁은 감이 있다. 보통 이런 2베이 구조의 가장 큰 단점이 이처럼 주방을 인테리어 하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워낙 좁아서 1600mm 이상의 6인용 식탁은 배치하기 어려워 보였다.


단열이 잘 안 되어 있는지 거실 발코니 수납장 내에는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그리고 구축 아파트 거실을 확장할 때 주의해야 할 요소 중 당첨(...)된 부분으로 거실과 거실 발코니의 내창 샷시 양쪽 벽이 내력벽으로 시공되어 허물 수가 없는 구조였다. UI든 공간이든 무언가를 디자인할 때 시원시원한 비주얼을 확보하려면 레이아웃을 단절하는 라인을 최대한 없애야 하기에 꽤 아쉬운 부분이다. 거실과 연결된 안방 발코니는 샷시가 오래된 점을 제외하면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었다.



주방 가구는 과거의 색을 짐작할 수 없는 빛바랜 아이보리 컬러였다. 아마도 옛날에는 유광 화이트 계열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가뜩이나 좁은 주방에 냉장고장이 자리하고 있어 더욱 좁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주방 조리대 좌측에는 세탁실로 쓰이는 주방 발코니가 연결되어 있다. 문형산에 바로 인접한 동이라 북향 샷시 너머로 계절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현관 옆방



다음은 현관 옆방이다. 3 연동 중문으로 시공된 현관 옆 방은 전 주인의 취미가 작곡과 노래 부르기여서인지 방음 시공이 되어 있었다. 벽면과 천장, 바닥까지 방음 시공되어 방이 다소 좁은 감이 있고 거실보다 30cm가량 단 높임 시공되어 있었다. 이 방은 드레스룸과 서재중에 고민하다가 드레스룸으로 용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방음 시공은 완전히 철거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철거에 드는 비용만 해도 수백이었지만 다행히 고맙게도 전주인이 모두 부담해주었다.
주방 옆방



주방 옆방은 발코니가 있고 아이와 전주인 부부의 침실로 쓰이고 있었다. 아담해 보이지만 발코니 확장을 고려하면 거실과 마찬가지로 꽤 넓은 방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주방 발코니처럼 북향의 산 뷰가 매력적이다. 다만 전주인 부부에 의하면 아무래도 북향에 산과 인접해있다 보니 곰팡이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올리브 컬러 벽지가 눈에 띈다. 다른 공간을 봐도 알겠지만 전주인 부부의 취향으로 그린이나 오렌지, 레드 계열의 색상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물론 내 취향은 아니다.
거실 화장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화장실이지만 두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구축이라 거실 화장실이 원체 좁은 것은 감안하더라도 욕조 측면에 생뚱맞은 위치에 젠다이가 시공되어 있어 가뜩이나 폭이 좁은 화장실이 더 좁아졌다는 점. 그리고 화장실 문 폭과 변기 깊이가 충돌하여 문이 안쪽으로 활짝 열리지 않고 변기에 걸린다는 점. 기타 자잘하게는 변기에 앉으면 좌측 여유 공간이 너무 좁은 부분도 있고 화장실과 거실의 단 차이가 거의 없어서 슬리퍼가 걸린다는 점 등등 아쉬운 부분이 꽤 많았다.
안방과 안방 화장실




전주인 부부는 안방을 아기 케어 공간으로 쓰고 있었다. 우리 부부는 드레스룸을 별도로 만들 계획이었기 때문에 화장실 방향의 붙박이장을 제거하기로 했는데 이 부분을 감안하면 안방은 다른 방에 비해서 꽤 큰 편이라 가족 침실로 용도 변경하기에 좋아 보였다. 아쉬운 부분은 세 가지였다. 먼저 구축 특성으로 인해 안방에서는 안방 발코니로 이동할 수가 없고 거실 발코니를 통해서만 이동할 수 있다는 점 (내력벽이라 확장도 불가능). 둘째로 내 취향과는 잔뜩 거리가 먼 강렬한 톤 앤 매너. 셋째로 안방 화장실의 수도 배관을 가리기 위한 목적으로 전면과 우측에 시공된 투머치 젠다이. 거실 화장실과 마찬가지로 가뜩이나 좁은 화장실을 더더욱 좁게 만드는 범인이다.
본격적인 인테리어 준비의 시작
전체적인 공간의 확장을 전제로 했을 때 우리 부부가 기대하는 넓은 집으로의 구조 변경은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다만 확장 외에도 집의 톤 앤 매너라든지 구축 특유의 좁은 주방과 화장실이라든지 오래된 샷시라든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상당히 많았다. 이 시점에서 본격적으로 인테리어 준비를 시작했다. 마침 육아 휴직 중인 기간이라 낮에는 소예를 돌보고 밤에는 인테리어를 준비할 수 있는 약간의 시간 여유가 있었다. 가장 먼저 유튜브로 인테리어 트렌드와 시공 디테일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실력 있는 인테리어 턴키 업체도 하나하나 컨택해보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드높은 현실의 벽을 마주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타오르던 욕망의 불씨도 차츰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문제는 바로 예산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
* 인테리어 팁
인테리어 시 매도인과의 하자 책임 이슈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매매 계약 전 집을 실사할 때 인테리어 감리 업체에 일당 외주를 맡겨 함께 집을 둘러보는 것이 좋다. 인테리어 계획을 짜고나 집 컨디션을 확인하는데 아예 문외한인 사람이 보는 것보다 훨씬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분당 인근의 주택을 인테리어 할 예정이라면 SID [1]라는 업체를 추천한다. 10만 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면 일일 출장을 나와서 배관 누수나 샷시 컨디션, 수압 확인, 전체 수평수직 상태, 샷시 외벽 실리콘 코킹 노후화, 곰팡이 같은 치명적인 결함이 없는지 그리고 확장과 같은 구조 변경 시 주의해야 하는 요소는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준다. 가능하다면 이후에 인테리어 턴키 업체의 실측 방문에서 교차 검증을 해보는 것도 좋다 [2]. 다만 매도인이 거주하는 경우 집 컨디션 확인이나 인테리어 실측 명목으로 여러 차례 방문하는 것 혹은 방문하는 것 자체를 꺼려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약간의 성의와 함께) 매도인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
[1] https://sidsid.net/
[2] 다만 감리업체나 인테리어 업체에서도 확실히 장담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다. 예를 들어 바닥재와 벽타일의 덧방 시공 여부나 구조 변경 시 철거 가능한 벽인지 내력벽인지 판단 여부가 그렇다. 업체에서는 보통 철거해야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내력벽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 아파트 관리 사무소나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에서 설계 도면을 확인할 수 있긴 하지만 구축 아파트는 관리소에 보관 중인 설계 도면이 부식되어 알아보기 어렵거나 실제와 다른 경우들이 종종 있다. 이 때는 정말 철거해봐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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