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저.2

 

인테리어 쇼

매수할 집에 대한 실사와 계약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인테리어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다행히 친한 형이 이미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들을 소개받았다.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역시 유튜브였고, 두 번째로는 네이버의 셀프 인테리어 카페였다. 유튜브 채널 중에서도 특히 인테리어 쇼(이하 인쇼)라는 채널은 우리 부부의 인테리어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인쇼는 기존 인테리어 시장에서도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일으킨 유튜브 채널이다. 다소 보수적이고 방어적인 인테리어 분야에서 소위 인쇼 스타일이라고 불리는 인쇼만의 트렌드[1]를 제안하며 이에 따른 인테리어 기술자들의 노하우도 투명하게 밝혔다. 그리고 이전에는 이러한 시도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인쇼는 시장의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인쇼는 집을 단순히 사는 공간으로 규정하지 않고 자산으로써의 가치를 더하여 기존보다 혁신적이고 간결한 레이아웃을 적용하면서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개인의 취향을 언제든지 담아내고 새롭게 바꿀 수 있도록 도화지 같은 간결한 콘셉트의 인테리어를 추구한다. 많이들 오해하는 게 라인 조명이나 600각 타일, 히든 도어, 무 몰딩 같은 것들은 이러한 간결함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도 '레이아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테리어 쇼에 대한 내용을 글로 설명하려면 엄청 길어질 듯 하니 각주에 링크를 통해 영상을 시청해보길 권한다 [2].

 

유튜브 친구들 안녕?

 

아무튼 인테리어 쇼, 아울 디자인, 폴라베어 전실장, 무아연구소 같은 인테리어 유튜브를 통해 인테리어 계획과 시공 시의 주의사항, 시공의 디테일, 자재 선정 팁 같은 부분을 공부하고 옐로 플라스틱이나 아파트 멘터리, RVDSPACE(인쇼 업체)와 같은 유명 디자인 업체의 포트폴리오를 레퍼런스로 삼아 자료 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대략적인 인테리어 콘셉트와 공간별 디테일 계획을 세우고 간략한 기획서를 들고 턴키 업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현궁창

 

 

업체 선정부터 난항이었다. 이유는 매수한 집의 지역 때문이었는데, 대체로 유명하고 실력 있는 업체는 대부분 서울에 몰려있었고 공사 감리를 위해 서울 외의 지역 의뢰를 받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업체는 최소 6개월의 공사 일정이 가득 차 있어 의뢰를 받는다 해도 공사보다 이사를 먼저 해야 했기 때문에 문제가 있었다. 또 다른 현실적인 문제는 예산이었다. 우리 부부가 인테리어를 하자고 논의했을 때 처음 잡았던 예산은 3천만 원 언저리였는데, 실제 업체 미팅을 진행하면서 견적 평균을 내보면 최. 소. 6천만 원의 예산이 필요했다. 인쇼에서 아무리 본인 업체의 노하우를 유튜브에서 공개했다고 하더라도 모든 디테일이 공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시공업체나 기술자마다 이를 본인의 방식으로 해석하여 적용하는 경우가 많아 일반화-최적화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더군다나 인쇼의 시공방식을 위한 자재가 따로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3] 인쇼 스타일을 기반으로 잡은 나의 계획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예산이 필요했다. 그러나 인쇼 스타일을 포기하기에는 이미 인테리어를 준비하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내 보는 눈이 너무 올라가버린 상태였고(...), 결국 우리 부부는 최소 예산을 3천만 원에서 6천만 원으로 올리게 되었다.

 

업체 선정

예산을 올리니 그나마 업체 찾는 게 조금은 수월해졌다. 지인으로부터 추천도 받고 앱도 이용해 보고하면서 10곳 이상의 업체에 연락하여 미팅을 진행했는데 결국 오늘의 집에서 최종 업체 결정을 하게 되었다. 분당 인근 업체 중에서 완벽하게 인쇼 스타일을 시공해본 업체는 아니었지만 유사한 톤 앤 매너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었고 평점과 리뷰가 좋았으며 견적과 예산이 어느 정도 맞았기도 했다. 엄밀히 얘기하자면 내가 선택한 업체는 일반적인 턴키 업체는 아니었다. 반 턴키(?)라고 해야 할까. 지금에 와서는 나에게 분노 발작 버튼이 되는 업체긴 하지만 어쨌든 첫인상은 아주 나이스 했다.

 

계약 전에 일단  30만 원 정도를 내고 현장 실측, 평면도 미팅, 자재 미팅(3회가량)을 진행했다. 일반적인 턴키 업체에서처럼 돈 안 내고 가견적 받는 것(혹은 견적 받기로 하고 기다리는데 연락 두절되는 것) 보다 훨씬 마음이 편했고, 여러 차례의 자재 미팅으로 원하는 자재를 함께 보면서 고르는 경험은 좋았다. 실제 시공 과정에서는 원하는 자재를 구매 대행해주기도 하고 클라이언트가 직접 구매해서 전달해도 된다고 이야기했는데 더 저렴하게 자재를 구매할 수 있는 경로가 있다면 상당한 비용 절약도 가능해 보였다. 공사 진행 중에 공정별로 자재 대금이나 시공 대금을 클라이언트가 직접 시공 업체에 입금하도록 하는 부분도 특이했다. 업체에서 돈 떼먹을 일 없으니 클라이언트도 마음 편하고, 자재상이나 시공업자 분들도 안심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4]. 그리고 하자보증이 일반적인 턴키업체가 통상 1년인 것과 다르게 계약서에 명시하여 3년을 보장하는 부분도 매력적이었다.

 

다만 시공 직전까지 공사 디테일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클라이언트의 참여도가 좀 과도하게 높은 부분이 꽤 힘들었다. 업체에서는 원하는 가구 치수나 자재 스펙을 아주 디테일하게 요구했는데, 육아 휴직 중 낮에는 아이를 케어하고 밤늦게부터 새벽까지 기획서를 방불케 하는 인테리어 요청사항을 작성하는 나날이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3D 도면을 제공하지 않는 부분도 다소 아쉬웠다. 사실상 디자인 업체라기보다는 시공 감리업체에 가깝다는 인상이었지만 어쨌든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결과물에 대해 굉장히 오너십을 가질 수 있는 방식이라고 긍정 회로를 돌려버렸다.

이정도 수준까지 요청서를 작성했다. 결.단.코. 원해서 작업하진 않았다.

 

 

공사 시작 전 구청에 제출해야 하는 구조변경 신고나 아파트 이웃 주민에게 받아야 하는 인테리어 공사 동의서, 엘리베이터와 공사 자재 이동 경로 보양은 페어 피스[5]라는 스타트업에 의뢰했다. 인테리어 업체에서도 대행해주긴 하지만, 페어 피스의 시스템이나 비주얼이 훨씬 세련되고 프로페셔널하게 느껴졌다.

페어피스의 공동현관 공사 안내문
페어피스의 엘리베이터 보양작업

아무튼 인고의 시간이 흘러 드디어 공사를 시작했다. 계약한 견적은 6천만 원이었으나 최종 결산액은 7천만 원으로 천만 원 초과되었다. 공사 일정은 최초 한 달 반 일정에서 최종 두 달이 소요되었다(하자보수 포함하면 더 길긴 하겠지만). 다음 편부터는 각 공간별 공사 결과물과 1년 뒤 리뷰를 적어볼까 한다.

 

다음 편에 계속

 


인테리어 턴키 업체 선정 팁

1. 사업자 등록증 요청하여 대표자명, 상호명, 주소를 확인하고 업종 업태가 인테리어 관련되어 있는지 확인

2. 국세청 홈택스에서 사업자번호로 사업자등록상태 검색하여 휴업 폐업 상태가 아님을 확인. 사업자 등록증과 일치하는지 확인

3. 대표자가 사업자 등록증과 일치하는지 신원 확인

4. 건설업 자격증 확인 (대여하는 경우 있으므로 사업자 등록증과 반드시 대조)

5. 무료 가견적 제공한다는 업체는 피해야 함. 가견적부터 상담까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제공받는 방식이 합리적임.

6. 5의 과정 중에도 되도록 디테일한 자재나 시공 스펙을 요구하는 업체가 좋음. 가견적을 뭉뚱그리지 않고 공정별 시공 인원수와 기간별 금액, 자재별 대금까지 포함하여 되도록 디테일하게 제공하는 업체면 좋음

6. 견적이 지나치게 저렴한 업체는 피하는 게 좋음

7. 상담 실장과 시공 소장이 일치하는지 확인. 되도록 일치하는 게 커뮤니케이션 여러 번 할 일 없어서 좋음

8. 사무실 방문하여 실제 운영 중인지, 규모와 인원은 어떤지 확인

9. 디자이너 인력이 있고 3D 도면을 제공하는 업체면 좋음

10. 원하는 인테리어 콘셉트나 시공 디테일에 대한 경험이 있음을 포트폴리오에서 확인할 것. (할 수 있을 것 같다가 아니라 한 적이 있어야 함)

11. 위의 과정 중에 커뮤니케이션이 매끄러울 것. 요청 사항을 잘 들어주고 안 되는 건 안 되는 이유를 분명히 설명해주는 업체를 찾을 것. '그건 원래 그런 거예요'라고 설명하는 업체는 반드시 거를 것. 

12. 인테리어 카페 등의 커뮤니티나 오늘의 집 등에서 일말이라도 안 좋은 후기가 있는 업체를 거를 것

13. 되도록 인테리어 공사 진행 중 비용 추가 상한액을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에 동의하는 업체를 찾을 것.

14. 되도록 하자보증 기간이 길고, 하자보증 항목을 명확하게 제안하는 업체를 찾을 것.

 

 


[1] 사실 인테리어 쇼만의 트렌드라기보다는, 고급 인테리어 시장에서 쓰이던 기법과 노하우를 일반 주택 인테리어에서 더 저렴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를 제안한 쪽에 가깝다.

[2] https://www.youtube.com/c/%EC%9D%B8%ED%85%8C%EB%A6%AC%EC%96%B4SHOW

[3] 다행히 지금은 인쇼 대표가 인쇼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노하우를 더 정리하여 배포하고 있고, 대기업과 연계하여 인쇼 스타일 시공에 필요한 자재를 생산-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4] 건설업 자격이 없으면 1500만 원 이상의 공사는 수주할 수 없도록 법이 규제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아마 이 업체가 해당 자격증이 없었기 때문에 공사대금 입금을 업체마다 분산하는 방식으로 공사대금을 줄여서 법망을 피해 가기 위한 목적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5] https://www.pairpa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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